학위 논문

석사학위논문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과 여성공간의 역동 : 협상, 저항, 재의미화를 중심으로

  • Year : 2023년
  • Category : 석사학위
  • Author : 김유진

목차

Ⅰ. 서론 1
 A. 연구 주제와 문제제기 1
 B. 선행연구 검토와 이론적 자원 4
  1. 페미니스트 지리학 4
  2. 젠더를 수행하기 9
  3. 지배적 여성성 14
  4. 트랜스/페미니즘 17
 C. 연구방법 및 대상 21
  1. 연구 방법 및 심층 면담 과정 21
  2. 연구 참여자 소개 23
Ⅱ. 여대의 트랜스젠더퀴어 위치 짓기 27
 A. 여자대학의 역동 28
 B. 성별분리공간을 둘러싼 담론 갈등 35
 C. 성별 이분법과 불화하는, 퀴어 담론의 부상 41
Ⅲ. 여대의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  49
 A. 경계를 맴도는 트랜스젠더퀴어 49
  1. 제도적 측면에서의 불화 50
  2.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겪는 불화 56
  3. 교문 단속 국면에서의 불화 60
 B. 경계를 다르게 반복하는 트랜스젠더퀴어 65
  1. 여학생 지원과 ''유사''여성의 협상 65
  2. 언니 대신 이름으로 71
  3. ''남녀'' 화장실을 교란하기 76
Ⅳ. 트랜스젠더퀴어의 여자대학 재의미화 83
 A. 역설적 공간과 트랜스젠더퀴어 83
  1. 캠퍼스에서의 편안함에 질문하기 84
  2. 편안함의 양가적 의미와 재해석 89
 B. 여기에 ''우리''가 있다 96
  1. 학내의 비빌 언덕을 찾아서 97
  2. 학교에 자리 차지하기 102
  3. 학교 안팎으로 외치기 108
Ⅴ. 결론 117
참고문헌 121
ABSTRACT 130 


초록

본 연구는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이 어떻게 여자대학을 재의미화하는 자원이 될 수 있을지 살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교육기관으로서의, 남성중심성에 저항하는 주변적 공간으로서의, 정치세력화를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로서의,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장소로서의 여자대학에서 형성되는 여성됨(womanhood)을 살필 것이다. 둘째, 여자대학에서의 지배적인 여성됨과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학생이 맺는 관계를 살필 것이다. 이를 통해 여자대학을 둘러싼 젠더 정치에서의 이원화된 젠더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 문제와 트랜스젠더 문제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자원은 무엇일지 탐구한다.
여자대학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위계적으로 이원화된 성별 체계에서 여성 교육 기회를 확대하거나 자매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 남자가 금지된 공간 등으로 의미화되었다. 이것은 여성을 억압하는 기존의 성별 질서를 비판하며 그에 저항하는 대안적인 힘을 기르는 일이었다. 동시에 위의 지형에서 여자대학의 젠더 정치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위계적으로 이원화된 젠더와 이성애적 구도 속에서 설정되어왔다. 이와 같은 이분법적인 젠더에 대한 이해는 여자대학에 늘 함께 존재해온, 페미니즘, 퀴어, 트랜스젠더리즘의 언어를 삶의 자원으로 삼는 이들의 경험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존재와 부상은 더 이상 여자대학이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지배적인 ‘여성(sex)-여성성(gender)-이성애(sexuality)’라는 틀에 입각해 해석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이원화된 젠더 체계가 아닌 방식의 젠더 분석을 요구한다.
본 연구는 그렇다면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이 어떻게 여자대학과 그 구성원을 둘러싼 ‘여성-여성성-이성애’라는 인식가능한 여성 정체성을 비판하고 재구성하는 자원이 될 수 있을지를 질문한다. 이는 이원화된 젠더 체계에 익숙한 페미니즘 이론과 그러한 젠더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트랜스젠더 이론이 어떻게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오늘날의 현실에서 어떤 모양의 트랜스/페미니즘이 가능할지를 탐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에 본 논문은 문헌분석을 통해 여성공간과 여성 범주가 어떻게 해석되고 생산·재생산되었는지 그리고 트랜스젠더퀴어 범주가 어떻게 부상했는지를 탐구했다. 또한 심층면담을 활용해 여자대학교를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학교생활 경험을 젠더 수행과 지배적 여성성의 측면에서 분석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자대학은 언제나 젠더 정치가 작동하는 장이며, 여자대학을 통해 구성되는 여성성 또한 정치적인 성격과 의미를 지닌다. 그 여성성들은 특정한 시공간에서의 여성에 대한 지배적 규범에 저항하는 모습이기도 했고 동시에 지배적인 여성성 그 자체이기도 했다. 한편 성별 이분법과 불화하는 퀴어 담론의 부상과 성(sex)이 곧 여성 억압의 뿌리라는 한국 래디컬 페미니즘과의 충돌은 더 이상 여자대학이 이원화된 젠더 질서 하에서만 해석될 수 없음을 드러냈다. 트랜스젠더퀴어 학생들은 학내 구성원 간의 차이를 해석의 새로운 전제로 삼으라는 목소리를 냈다. 
둘째, 여자대학에서의 여성성들은 교육기관으로서 여자대학이 추구하고 제시하는 교육 이념, 비전, 인재관 등의 가치를 통해서도, 학생 대상 서비스와 정책, 수업 등의 제도를 통해서도 구성되었다. 또한 이러한 여성성들은 학우, 교수진,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캠퍼스의 안팎을 가르는 교문 인식가능한 여성 범주를 획정하는 질서가 작동하는 장소였다. 이러한 세 가지 상황에서 트랜스젠더퀴어는 젠더 경합을 겪으며, 이들은 학내의 젠더 질서와 불화한다.
셋째,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은 여성성들을 다르게 반복하거나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트랜스젠더퀴어는 학교의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되는 지배적 여성성을 다르게 반복한다. 이들은 성별 호칭이나 자매애에 거리감을 갖지만, 대신 나이나 성별에 관계 없이 이름을 부르고 이름으로 불리는 행위를 통해 연대감을 쌓는다. 또한 여자대학 캠퍼스는 남성이 없고 여성만 있기 때문에 무성적인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트랜스젠더퀴어의 화장실 이용 경험은 이원 젠더 질서에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젠더 수행의 장면들은 연속적이고 일관적인 섹스-젠더-섹슈얼리티에 기반한 여성 정체성에 균열을 낸다. 트랜스젠더퀴어의 공간 경험과 젠더 수행은 섹스-젠더-섹슈얼리티가 일관적으로 수행되며 구성되는, 인식가능한 여성 정체성이 지닌 특권적인 힘을 드러낸다.   
넷째, 트랜스젠더퀴어에게는 여자대학에 자리를 차지해온 역사가 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위계가 작동하는, 학교 밖의 중심부적 공간과 달리 여자대학은 여성의 세력화가 이루어지고 역량을 강화하며 성별 위계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역설적 공간으로 해석된다. 트랜스젠더퀴어에게 여자대학은 마찬가지로 대안을 상상하고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트랜스젠더임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공간으로 경험된다. 역설적 공간에서의 자유로움이나 안전감은 트랜스젠더퀴어에게는 양가적인 의미를 지녔으며, 이는 이들이 여자대학 안에서 새롭고 대안적인 공간을 찾고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었다.
다섯째, 트랜스젠더퀴어는 학내의 성소수자 동아리, 학생자치기구 등의 공간을 ‘비빌 언덕’ 삼아 동료를 만난다. 이를 기반으로 집단적으로 여자대학 내부의 다원성을 주장하고, 학내의 젠더 질서에 저항한다. 이러한 집단적 행위는 캠퍼스 곳곳에 설치된, 학내 퀴어의 존재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행사 부스, 대자보를 통해, 그리고 학우 대상 인식 개선 캠페인, 뉴스레터, 토론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여자대학에 트랜스젠더퀴어가 있음을 알리는 의미뿐 아니라 트랜스젠더퀴어의 공간 경험과 전유가 곧 여자대학 그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연구 참여자들은 인식가능한 여성 주체 되기를 거부하고 ‘퀴어’가 되어간다. 이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이 공간에 의해 어떻게 한계 지어지는지, 동시에 그 한계가 이들의 수행과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재구성되는지와 연결된다.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을 통해 여자대학을 둘러싼 젠더 정치가 이해될 때, 여자대학은 단지 성별이 분리된 공간이라는 협소한 방식으로 의미화되는 것이 아니다. 여자대학은 이원화된 성별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되기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방식으로 재의미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존재하고, 그 위협에 맞서 저항하는 대안적인 힘이 역동하는 상황에서 트랜스젠더퀴어를 여자대학으로부터 배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인식가능하며 자연화된 여성 정체성을 해체하는 자원이 될 것이다.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gender performativity of transgenderqueers attending women''s universities and examine how this gender performativity can serve as a resource for redefining the meaning of women''s universities. To achieve this, the study will first explore the construction of womanhood within women''s universities as educational institutions, as space of resistance against male power, as communities enabling political empowerment, and as physical spaces with tangible existence. Secondly, the study will examine the relationship between hegemonic notions of womanhood within women''s universities and transgenderqueer students attending the institutions. Through this analysis, the study raises questions about the dichotomous gender system prevailing in the gender politics surrounding women''s universities and explores the intricate connection between women''s issues and transgender issues, as well as the resources that enable solidarity. It explores the potential connections between feminist theories accustomed to a dichotomous gender system and transgender theories that challenge such gender systems, investigating what forms of trans/feminism are viable in today''s reality.
Women''s universities have been conceptualized as spaces that expand educational opportunities for women within a hierarchical and dichotomous gender system of women and men, as spaces fostering solidarity among women, and as spaces where men are forbidden. This has involved critiquing and resisting the oppressive existing gender order while cultivating alternative power for the resistance. Simultaneously, the gender politics within women''s universities have been shaped within the hierarchical gender framework of women and men, along with a heteronormative paradigm. However, this binary understanding of gender falls short in adequately capturing the experiences of those who embrace the language of feminism, queerness, and transgenderism as the resources of their lives. The emergence and visibility of transgenderqueer individuals at women''s universities highlight that women''s universities can no longer be interpreted solely within the stable and hegemonic framework of "female(sex)-femininity(gender)-heterosexuality(sexuality)," calling for a gender analysis that goes beyond a dichotomous gender system.
To achieve this, the paper conducted a literature review to examine how women''s spaces and categories have been interpreted, produced, and reproduced, as well as how transgenderqueer categories have emerged. Additionally,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to analyze the experiences of transgenderqueer students attending women''s universities in terms of gender performativity and hegemonic femininity. The summarized findings of the study are as follows.
First, women''s universities always function as sites of gender politics, and the femininities constructed through these institutions also possess political significance and meaning. These femininities represent both resistance against hegemonic feminine gender roles and embodiments of hegemonic femininity itself. However, the rise of queer discourses that challenge the gender binary revealed that women''s universities can no longer be solely interpreted within a dichotomous gender order. Transgenderqueer students raised their voices, advocating for the interpretation of differences among campus community members as new premises for understanding.
Second, the femininities within women''s universities were shaped not only through the educational ideals, visions, and values pursued and presented by these institutions as educational organizations but also through the institutional structures such as services, policies, classes aimed at students. These femininities were also evident through interactions with fellow students, faculty members, and staff within the college community. The campus, both inside and outside its gates, was a space where an order defining the intelligible female category operated. In these three situations, transgenderqueer individuals faced challenges within the gender dysphoria and are at odds with the gender order within the campus.
Third, the gender performativity of transgenderqueers at women''s universities is achieved through the various repetition or rejection of femininities. Transgenderqueer individuals differently repeat hegemonic femininities constructed through the student support programs of the institution. They distance themselves from gendered titles and sisterhood but build solidarity by using and being referred to by their chosen names regardless of age or gender. Furthermore, while campuses of women''s universities are considered asexual spaces as they consist solely of women, transgenderqueers'' experiences with restroom usage challenge the binary gender order. These scenes of gender performativity create ruptures in the continuous and consistent femininity based on sex-gender-sexuality. The spatial experiences and gender performativity of transgenderqueers reveal the privileged power held by the intelligible female identity constructed through the consistent performance of sex-gender-sexuality.
Fourth, transgenderqueers have a historical presence within women''s universities. Women''s universities are interpreted as paradoxical spaces where women''s empowerment, capacity development, and freedom from gender hierarchies can be felt. However, for transgenderqueer individuals, women''s universities are experienced as spaces where they cannot fully disclose their transgender identity while simultaneously being spaces where they can imagine alternatives and cultivate their capacities. The sense of safety and freedom in paradoxical spaces have dual meanings for transgenderqueers and have become a driving force for them to seek and create alternative spaces within women''s universities.
Fifth, transgenderqueer individuals form connections with their peers through spaces such as LGBTQ+ clubs and student self-governance organizations within the women''s college. Based on these connections, they collectively advocate for the plurarity within the women''s college and resist the gender order on campus. These collective actions occur through banners, event booths, and bulletin boards throughout the campus, as well as awareness campaigns, newsletters, and panel discussions. These activities serve to not only signal the presence of transgenderqueer individuals within women''s universities but also signify that their spatial experiences and exclusive ownership are integral elements of the women''s college itself. Through these activities, the participants in the study reject the notion of becoming intelligible female identity and instead embrace a “queer“ identity. This is connected to how the gender performativity of transgenderqueers is limited by space and how those limitations interact with their performativity and are consequently reconfigured.
When the gender politics surrounding women''s universities are understood through the gender performativity of transgenderqueers, women''s universities are not simply confined to being spaces of gender segregation. Women’s universities can be recontextualized by questioning the dichotomous gender system and what it means to be a woman. It will be a resource for deconstructing the intelligible and naturalized female identity, while not excluding transgenderqueer individuals from women''s universities in a context that acknowledges the existence of threats faced by women and the alternative forces of resistance that operate within such threatening circumsta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