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논문

박사학위논문

양장점을 통해 본 1950년대 전후(戰後) '여성의 경제(female economy)'

  • Year : 2021년
  • Category : 박사학위
  • Author : 김미선

목차


Ⅰ. 서론1

A.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1

B. 연구방법론8

1. 연구 과정과 연구 참여자로서의 구술자(口述者)8

2. 구술자료 수집과 구술생애사 12

C. 연구 참여자의 구술생애사 사례 소개 16

D. 논문의 구성25

Ⅱ. 선행 연구의 검토와 이론적 자원26

A. 전후 여성의 경제활동과 ‘여성적 기술’에 관한 선행연구 검토26

1. 전후 여성의 경제활동과 1950년대 경제에 관한 기존 논의 26

가. 1950년대 전후 여성에 관한 연구26

나. 1950년대 전후 경제에 관한 연구31

2. ‘여성적 기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33

B. 이론적 자원 검토 38

1. 소상품 생산양식과 여성의 자영업38

2. ‘여성의 경제(female economy)’41

3. 여성 ‘직업인’(women in profession)44

4. 분석틀46

Ⅲ. 전후 여성의 직업으로서 양장점49

A. 전후 여성의 직업 실태와 양장점의 부상49

1. 전후 피폐한 경제 상황과 여성의 직업49

2. 양장 제작의 전문화로서 양장점54

B. 여성 직업으로서의 양재사(洋裁師)63

1. 가족의 생계부양을 위한 경제행위로서 양장(洋裝) 일63

2. 양장점 운영 : 여성에게 “적합한” 직업 70

가. 양장점의 위상을 둘러싼 언설들71

나. 경제적 자원으로서의 양재기술과 기술주체의 차이들79

C. ‘여성집중업종’의 형성과 여성 자영업주화(自營業主化)89

1. 여성화된 양장업89

2. 여성 양장점 운영자의 등장 93

D. 소결96

Ⅳ. 여성 자영업주가 운영하는 양장점과 자영업의 생산요소99

A. 양장의 생산과 판매를 위한 작업장이자 점포99

1. 생산을 위한 작업장(作業場)99

가. 공간의 마련 : 입지의 중요성100

나. 필수 생산 수단인 재봉틀 : 양장점 규모106

다. 양장지의 구비(具備) 방식과 거래처와의 관계 형성111

2. 여성 대상의 마케팅을 위한 점포(店鋪)118

가. 양장점을 상징하는 이름과 광고 간판118

나. 옷감과 양장을 홍보하는 쇼윈도 혹은 진열창121

다. 양장점 실내의 시각적 배치 방식과 구성124

B. 자영업주로서 직업적 능력 발휘127

1. 여성 주도의 양장점 운영127

가. 독립적·자율적 운영127

나. 사회적 관계의 자원화131

2. 숙련된 양재기술의 보유136

가. 지속적인 양재기술의 개발과 훈련136

나. 디자이너로서 유행 감각의 창조142

3. 직원과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경영능력146

가. 고용주로서 분업화된 방식의 노동 구성 146

나. 지역사회 기반의 고객망 구성151

C. 성별규범의 틀에서 구성되는 ‘여성’경제인의 곤경154

1. 일·가정 병행에 동반되는 퇴근 없는 고된 노동154

2. 가족 관계로 인한 경제적 대표성의 인정 불가158

3. 가부장적 통제에 대한 협상 전략으로서 ‘여성화된’ 공간인 양장점 162

D. 소결168

Ⅴ. 전후 지역경제를 회복시킨 ‘여성의 경제’로서의 ‘양장점’ 170

A. 이분법적인 근대적 공사영역의 유동적 구성170

B. 기술보유자로서의 여성‘직업인’과 기술 전수(傳受)175

1. 기술직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175

2. 기술자를 양성하는 양재기술교육의 장(場), 양장점178

C.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의 경제사회의 구성188

1. 양장문화를 통한 새로운 여성문화의 생산188

2.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 형성과 여성의 다층적 계급화192

D. 산업화 과정에서 ‘여성의 경제’의 동원과 주변적 존속(存續)198

E. 소결205

Ⅵ. 결론 : ‘여성의 경제’로서의 전후(戰後) 양장점의 성별정치207

참고문헌211

ABSTRACT242

 

초록 

본 논문은 전후 사회에서 여성이 양장점 운영에 참여하도록 한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인은 무엇인가? 여성 자영업주에 의해서 여성 중심의 경제활동의 장인 양장점이 어떻게 운영되었으며, 이를 통해 전후 여성은 어떠한 경제적 주체로서 구성되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전후 1950년대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국가와 기업 중심의 경제사 접근과 가부장적 민족주의 재건 담론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하였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전후 사회의 회복 과정에서 여성이 실천한 경제활동의 성격과 그 의미를 드러낼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한국전쟁으로 국가 경제가 파괴되고 남성 부재의 상황 속에서 여성이 수행한 경제적 역할, 특히 한국 자본주의 맹아(萌芽)단계에서 여성의 경제적 실천이 전후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에 본 연구는 ‘산업화 이전인 전후 사회에서 여성이 양장점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인은 무엇이고 여성 자영업주에 의해서 전개된 양장점이 어떻게 운영되었으며 전후 여성은 어떠한 경제주체로 구성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전후 여성 자영업자가 경제적 실천을 통해 구성한 ‘여성의 경제’가 어떠한 의미와 가능성을 가졌으며, 이 과정에서 여성 양장점 운영자는 성별화된 경제주체로서 자신을 어떻게 정체화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한 이론적 자원으로서 소상품 생산양식과 여성의 자영업을 검토하며, 연구방법으로는 구술생애사를 통한 구술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한다.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해방 이후 시장경제는 확대되고 가구 경제가 해체되는 가운데, 한국전쟁으로 인한 남성 부재는 가족경제를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전후의 현실은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부양자로서 화폐소득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도록 촉구하였다. 여성들은 직업을 갖기 시작했으며 여성의 양장 소비가 확대하면서 양장점이 급격하게 부상하기 시작하였다. 양장점 운영에 진출한 여성들은 여성 내부의 차이에 따른 경합과 위계화의 과정을 통해서 양장점 운영이 여성의 성 역할에 “적합한” 직업으로 의미화하였다. 양장점 운영에 대한 여성들 사이의 다른 이해는 여성들의 양재기술 습득의 방식과 과정에서 기인하였다. 특히 식민지 시대 양재기술을 습득한 여성들은 양장의 대중화 과정에서 자신을 기술 주체로서 인식하고 양재기술을 경제적으로 자원화하였다. 이로써 전후 의류산업의 태동기에 여성의 양장을 생산하는 양장업은 ‘여성집중업종’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장점을 운영하는 여성 자영업주가 전후 사회에 등장하였다. 둘째, 양장점은 여성이 양장을 생산하는 작업장이자 여성 고객을 상대로 양장을 판매하는 점포의 역할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여성 양장점 운영자들은 점포라는 공간, 설비로서의 재봉틀, 자재로서의 옷감 등을 마련하였다. 여성 고객의 방문 및 맞춤 양장의 소비를 촉진하도록 시각적인 배치로서 양장점의 이름 간판, 쇼윈도, 시각적인 실내 장식을 구비하였다. 여성들은 가구 경제에서 전개된 남성 가장의 지배와 통제에서 벗어나 양장점의 ‘여주인’ 즉, 여성 자영업주로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양장점을 운영하였다. 여성 양장점 운영자는 양장점 운영을 총괄하였으며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원화하였다. 이와 더불어, 여성들이 양장점 운영에 있어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숙련된 고도의 양재기술과 고객의 취향과 최신유행을 다룰 수 있는 감각적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 지속적인 자기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은 직원과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는 능력 역시 갖추는 것이 필요하였다. 집 밖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전후 가부장적인 재건 담론의 영향 속에서 여성들은 양장점의 내부에서 전개되는 양장 생산 과정을 선택적으로 강조하였다. 그 대신에 양장점의 외부에서 전개되는 양장지와 부자재의 구입 등이 필연적으로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가시화함으로써 자신의 직업을 여성의 직업으로서 정당화하고자 하였다. 끝으로 여성 양장점 운영자는 일·가정 병행에 동반되는 퇴근없는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으며, 자신을 대표하는 남편이나 아버지가 존재함으로써 독립적인 여성‘경제인’이라는 정체성을 해결하지 못하는 곤경을 겪었다. 셋째, ‘여성의 경제’로서 양장점은 자본주의적 논리와는 다른 원리를 통해서 운영되었다. 여성 양장점 운영자들은 양장점이 여성에게 ‘적합하고 안전한’ 공간이자 살림과 자녀 양육을 할 수 있는 집과 ‘같은’ 혹은 ‘연결된’ 곳임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여성의 양장점 운영은 자녀 양육과 살림을 병행함으로써 근대적인 공사영역의 이분법을 유동적으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여성 양장점 운영자는 양재기술을 가진 기술직 여성‘직업인’으로 자신을 정체화하며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는 양장점에 취업한 여성을 대상으로 양재기술을 전수해서 기술교육장으로 양장점을 위치시켰다. 이로써 양장점은 숙련된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양장점에서는 주인과 직원 사이의 위계적인 관계와 기술습득의 제약과 직원의 복지 및 처우에 대한 불만 등으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여성 양재기술자들은 양장점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기술을 가르쳐주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여성 양재기술자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이를 통해 구성된 여성 양재기술자의 관계망은 여성 중심의 경제적 장의 구성 및 운영에 주축이 되었다. 또한 여성 양장점 운영자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양장점을 운영하면서 양장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양장의 ‘로컬화’를 통한 ‘생활개선’을 하면서 양장문화를 이끌어갔다. 이로써 새로운 여성문화의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장점은 전후 지역경제의 회복에 기여하였다. 끝으로 양장점은 고객과의 신뢰와 친밀함을 통해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를 구성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여성의 경제사회를 구성하였다. 양장문화를 통한 도시 여성의 소비문화는 한편으로는 ‘여성’을 범주화하면서도 여성의 계급화 과정이 전개되었다. 전후 ‘여성의 경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동원 및 편입된 동시에, 주변적 위치에서 유지 및 존속되어왔다. 본 논문은 전후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적 실천인 자영업을 ‘여성의 경제’라는 범주로 설명해내면서, 여성 중심의 경제적 관계망을 구성하는 여성의 사업체 운영이 갖는 성격과 그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여성의 경제’는 경제적 생산은 물론 사회적 재생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생계경제이자 자급경제이며 가족을 넘어선 여성 중심의 경제적 관계와 다양한 관계망을 구성하는 ‘공동체경제’임을 밝혔다. 그러므로 ‘여성의 경제’는 전후 1950년대가 남성 중심의 자본주의적 경제만이 형성되는 시기로 설명되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드러내고, 전후 경제는 자본주의적 경제는 물론 비자본주의적 성격을 지닌 ‘여성의 경제’가 여성 공동체와 지역사회의 회복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밝혔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여성의 경제’를 이론적으로 개념화함으로써 전후 한국 사회에서 전개된 독자적인 경제 모델 중의 하나로서 제시하고 발전모델에서의 자본주의적 헤게모니 담론 외부의 경제양식들을 중요하게 드러내는 시도를 하였다. ‘여성의 경제’를 드러내기 위한 여성의 경험 사례로서 양장점에 관한 주목은 여성노동연구가 임금노동과 가사노동에만 제한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그리고 여성 중심의 경제적 관계망을 새롭게 구성하는 자영업 등 여성의 사업체 운영을 새로운 여성주의 연구의 영역으로 제안했다는 점에서 여성학적 의미가 있다. 후속연구로서 여성의 사업체 운영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통해 20세기 한국에서 전개된 ‘여성의 경제’의 역사적 전개에 대한 논의를 심화 및 확장하는 것이 요청된다.